딩크족, 나의 선택은 이기적인 걸까?
요즘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이른바 딩크족(DINK: Dual Income, No Kids). 이게 나쁜 선택일까? 아니면 시대가 변한 걸까?
사실 예전에는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게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결혼식에서 2세는 언제? 같은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딩크족이라는 단어가 뉴스에도 등장하고, 내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 없는 삶, 정말 그렇게 이상한가요?
솔직히 말해, 나도 딩크족의 삶을 꿈꿔본 적이 있다. 아이 키우는 건 존경스럽고 위대한 일이지만, 그만큼 무서운 일 같기도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결혼한 부부 중 10.2%는 자녀 없이 살아간다고 한다. 이 비율은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아이 한 명을 대학교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3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거기에 집값, 학원비, 사교육까지 아무리 맞벌이라 해도 감당하기 버거운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둘만의 삶을 선택하는 게 현실적인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자아실현이다. 요즘은 아이 대신 나의 꿈, 나의 경력, 나의 여가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꼭 부모가 되어야만 인생이 완성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강요되지 않는다. 나도 가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내며 살아가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선택이 마냥 괜찮은 걸까?
물론 나도 가끔은 불안하다. 이게 정말 올바른 선택일까?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수치를 보면 나 하나의 선택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출산율이 낮으면 결국 노동 인구가 줄고, 경제도 위축되고, 복지 제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가가 존속 가능하냐는 질문까지 나오니까 말이다.
보건복지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제는 출산율 자체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여전히 현실은 아이 낳으면 고생문 열린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우리 둘이면 충분해'라는 말의 무게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나도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서 이런 고민이 더 진지해졌다. 주변 딩크족 부부들을 보면 확실히 경제적 안정감도 있고, 서로에게 더 집중하면서 사는 것 같다. 친구 A는 자녀 없이도 남편과 매년 유럽여행을 다닌다. 커리어도 열심히 쌓고, 주말엔 플라워 클래스까지 들으며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 B는, 아이를 키우며 밤낮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가끔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 웃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단다. '너 없었으면 나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이런 삶도 분명 아름답다.
결국 중요한 건 '선택 이후의 책임'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선택 이후의 책임이다. 딩크족이든 다자녀가정이든, 중요한 건 그 선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나처럼 딩크족을 고민하고 있다면, 노후 준비나 사회적 관계 형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이 없는 삶은 어쩌면 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아이를 갖겠다면, 어떤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울지, 어떤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회는 더 다양해져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여성가족부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비혼, 딩크, 입양가정, 1인 가구 등 과거처럼 한 가지 정답만 강요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나는 이런 흐름이 반갑다. 내 선택이 틀렸다고 비난받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마무리하며 –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래서 지금도 나는 고민 중이다. 아이 없는 삶이 더 나은 걸까, 아니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며 또 다른 삶을 열어보는 게 더 의미 있을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남들이 정해주는 대로 살고 싶진 않다는 것. 내 삶의 방향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 그리고 그 선택이 누군가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다.